Thinking #017
-삶을 바라보는 시선-
-삶을 바라보는 시선-
시선과 관념
오늘은 신부님들의 인사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각 교구의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일정한 때가 되면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공동체로 파견된다고 한다. 그러면 신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이번에는 어떤 신부님이 오실까. 누군가는 먼저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덧붙인다. 그렇게 기대와 염려가 섞인 말들이 공동체 안을 조용히 오간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목자의 모습도 참 다양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오래 들으며 마음을 살피는 신부님이 있는가 하면, 성전 건립이나 공동체의 외적 기반을 세우는 일에 힘을 쏟는 신부님도 있다. 성서를 중심으로 차분하고 학구적으로 신앙을 이끄는 분도 있고, 명확한 계획과 방향을 세워 공동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분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어떤 사목자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고, 또 어떤 사목자에게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에 안도하고,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 앞에서는 쉽게 긴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앙 안에서도 우리는 때로 내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과 태도만을 기대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사목 방식이 나와 맞지 않을 때,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거나 공동체 전체를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신자는 새로 온 신부님의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아 힘들어하고, 때로는 성당을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들은 말 가운데 오래 남는 것이 있었다. 신부님들도 한 자리에 영원히 머무는 존재가 아니며, 저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받은 은사 안에서 맡겨진 일을 감당할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떤 신부님이 오시는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 좋은 사목자를 통해 신앙이 깊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향과 방식이 내 신앙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때 고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읽혔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사람들은 그때에도 자신이 따르는 사람을 중심으로 나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바오로는 자신과 아폴로를 특별한 존재로 세우지 않는다. 자신들은 단지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일꾼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이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떤 신부님은 내 마음에 씨앗을 심을 수 있다. 또 다른 신부님은 오래전에 심어진 것을 물 주며 돌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기초를 놓고, 누군가는 그 위에 집을 세운다. 그들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과 시간이 다를 뿐이다.
생각해보면 공동체 안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데에도 자기부인(自己否認)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만을 옳다고 여기지 않는 것,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하나의 역할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사람의 차이를 넘어 그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
어쩌면 이것도 예수님의 제자됨의 한 모습일지 모른다.
물론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신앙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동체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생기고, 실망도 생긴다. 사랑받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사람 때문에 신앙 전체를 판단하는 순간, 나는 어쩌면 밭을 바라보면서도 정작 누가 그 생명을 자라게 하는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심는 사람은 지나간다.
물을 주는 사람도 지나간다.
어떤 이는 잠시 머물고, 또 다른 이는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신앙은 계속 이어지고, 사람의 손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조금씩 자라난다.
나는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살고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가.
내게 익숙한 방식인가.
아니면 그 모든 만남을 지나서도 여전히 나를 믿음 안에서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인가.
오늘은 그 질문 앞에 오래 머물고 싶은 하루이다.
🕊️ 신부님의 말씀과 나의 생각(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