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008
-꿈과 징조 그리고 축복-
-꿈과 징조 그리고 축복-
💭 일기 – 징조(徵兆)의 사유
주님은 언제나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음성은 종종 침묵 가운데 울리고, 그 손길은 고요한 일상에 깃든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순간은 하나의 징조였고, 은총의 흔적이었다.
2년 전 어느 무겁고 고단했던 날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터널 속에서, 믿음을 지닌 이들이 하나둘 곁에 머물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아챘을 무렵, 나는 나도 모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성실히 하루를 시작하고, 겸손히 나를 낮추며, 조금씩 더 깊이 믿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그 두려움조차 주님의 손길로 인해 다르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이 부재한 것이 아님을, 나는 체득해가고 있었다.
때로는 성경이 금한 길 위에서 나의 연약함과 맞닥뜨렸다. 의심했고, 넘어졌고, 다시 반성했다. 그렇게 믿음과 불신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냈다. 그러나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벗 P는 어느 날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 꿈은 곧장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씨앗처럼 남아 마음 어딘가를 파고들었다. 이후 2025년 7월, 심한 공황의 물결이 밀려왔고, 정신은 종종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때조차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무탈히 자랐고,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한 아내는 견고하게 살아냈다. 무엇보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 다섯 시 기도를 쉬지 않으셨다.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성인의 형상이었다.
내게 은혜를 가르쳐 준 많은 이들이 있다. MS의 S이사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기도를 알려주셨고, J실장님은 자신의 삶에서 체험한 은총을 나눠주셨다. 광주의 H형님, Gownet의 P본부장님, 그리고 천사 같은 헬레나 아주머니까지. 그들의 진심은 나의 무너진 내면을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나는 더욱 겸허해졌고, 다시 주일 미사부터 시작했다. 송현이가 함께 성당에 가주는 일조차 내게는 작은 기적이었다.
11월 1일.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동국대에서 수업을 마친 무렵, 해 질 녘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언뜻 보기에 단순한 자연 현상이었으나, 그날따라 유난히 선명했고,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그날 밤, 오래된 코트를 꺼내 입으며 무심코 손을 넣은 주머니에서 '네잎 클로버' 책갈피가 손에 잡혔다. 징조 같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감각.
그리고 11월 2일 새벽, 암사동 성당에서의 미사. 신부님은 말했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지만, 자신의 죽음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주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 말씀은 어쩌면 오랫동안 내 안에서 기다려온 응답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오래도록 지고 있던 십자가가 이제 내려졌다는 소식. 그것은 단순한 통지가 아니었다. 예수님께서 내 짐을 함께 져주신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다가왔다.
감사하다. 이 모든 징조와 은총 앞에 그저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오늘도, 그 징조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는가.
🕊️ 주님이 주시는 징조